소화성궤양의 약물치료
소화성궤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궤양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수개월 또는 1-2년 이내에 재발하게 된다. 소화성궤양은 질환 자체가 유발하는 증상만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천공, 출혈, 유문협착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소화성궤양의 치료는 궤양발생의 원인과 병력 및 합병증의 동반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치료목표
소화성궤양의 일반적인 치료목표는 궤양으로 인한 통증의 완화, 궤양 병변의 치유, 궤양의 재발 예방, 궤양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과 감소라고 할 수 있다. H. pylori 양성 궤양의 경우에는 H. pylori 제균이 중요한 치료목표가 된다.
치료의 일반적 접근방법
소화성궤양의 치료는 H. pylori 제균치료 이후 궤양의 재발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궤양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H. pylori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H. pylori 감염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궤양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소화성궤양 치료의 기본은 항궤양 약제의 사용이다.
비약물요법
전통적으로 식습관 조절은 소화성궤양 치료에 있어서 주치료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음식물로 인한 위의 팽창과 그에 따른 위산분비를 억제하기 위해서 소량씩 자주 먹는 방법이 선호되었으며, 우유를 포함하여 무자극 식사를 권고하였다. 하지만 임상연구에서 식습관 조절에 의한 궤양의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우유가 위산분비를 오히려 자극함이 밝혀지게 되었다. 따라서 식습관 조절은 환자 개인에 따라 소화불량이나 궤양 증상을 유발하는 특정 음식을 피하는 것 이상으로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서는 더 이상 권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궤양 병변의 치유를 위해서는 금연, 금주, 스트레스 완화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비롯하여 NSAIDs 사용 자제 등 소화성 궤양의 치료에 있어서 비약물요법은 여전히 중요하다. 소화성궤양 치료에 있어서 수술요법은 효과적인 약물요법의 발달로 현재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으나, 일부 특정 환자에서는 유문성형술을 포함한 미주신경절단술 등의 선택적 수술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다.
약물요법
소화성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제산제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하는 작용뿐만 아니라 화학손상에 대하여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궤양의 치유를 돕는다. 제산제는 소화성궤양의 증상개선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근본적인 궤양 치료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NSAIDs 복용자의 경우 궤양 예방목적으로 제산제를 장기복용하게 될 경우 오히려 궤양의 증상을 은폐하여 NSAIDs를 단독사용하는 경우에 비하여 궤양합병증의 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NSAIDs와 제산제의 일상적인 병합투여는 지양되어야 한다. 제산제의 이상반응은 제산제의 사용기간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 흔한 부작용으로 마그네슘 제제는 설사를 유발하며, 반대로 알루미늄 제제는 변비를 일으킨다. 신부전이 있는 경우 마그네슘 제제와 알루미늄 제제는 요배설의 감소로 인하여 혈중농도가 상승하고 전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마그네슘 제제는 고 마그네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제산제에 포함된 나트륨은 체내의 수분저류를 유발할 수 있다. 칼슘은 고칼슘혈증과 대사성알칼리증,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제산제와 sucralfate에 포함된 알루미늄은 장에서 흡수된 후 신장을 통하여 배설되며 요중 농도는 1-3주 동안 상승된다. 정상에서 알루미늄 혈중농도 상승은 이상반응을 초래하지 않지만, 신부전이 있는 경우 알루미늄이 축적되어 신경독성과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알루미늄의 침착은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연산은 알루미늄의 흡수를 약 50배 증가시켜 혈중농도를 상승시킨다. 따라서 특히 신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알루미늄이 포함되어 있는 제산제 또는 sucralfate와 함께 구연산이 포함된 약물이나 식품은 병용하지 않도록 한다. 알루미늄은 소장에서 인산염의 흡수를 저해하여 저인산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H2RAs)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는 벽세포의 히스타민 수용체에 히스타민과 경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경구투여 시 신속히 흡수되고 음식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으나 제산제와 동시에 투여할 경우 10~20% 정도 흡수가 저해될 수 있다. Cimetidine과 famotidine, ranitidine의 생체이용률은 경구투여 후 간에서 1차 대사를 거치면서 35~60%까지 감소되지만, nizatidine은 간대사를 거치지 않으므로 생체이용률이 100%에 이른다. 경구투여 후 1~3시간에 혈중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며, 뇌혈류장벽과 태반을 통과하여 전신에 분포되고 수유 중에는 모유를 통해 분비된다. 약물소실은 간대사와 신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간기능부전이 있는 경우 약물의 혈중농도가 상승할 수 있지만 특별한 용량조절은 필요 없으며, 중증의 신기능 장애가 동반된 경우에만 용량조절을 한다. Cimetidine과 famotidine은 사구체여과율이 15~30mL/min으로 감소한 경우에, 그리고 ranitidine과 nizatidine은 사구체여과율이 50mL/min 미만으로 감소한 경우에 투여용량을 50% 감량한다. 복막투석이나 혈액투석은 약물배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기 때문에 특별한 용량조절은 필요하지 않다. 75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신장기능이 감소하므로 용량을 감량해야 한다.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약물이상반응이 드물게 발생한다. Cimetidine의 경우 약한 항남성호르몬 작용을 가지고 있어 고용량을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여성형 유방과 발기부전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여성형 유방의 빈도는 26주 이상 cimetidine을 사용하는 경우에서 0.2% 정도로 나타나는데, 약물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하면 회복될 수 있다. 중추신경계 작용으로 ranitidine 사용 후 두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cimetidine의 경우 혼동, 흥분, 기면,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보고되어 있다. 골수억제는 특이반응으로 발생하는데, 조혈모세포 이식 후 ranitidine 사용 시 약 5%의 환자에서 골수억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 외 다핵구감소증, 빈혈, 혈소판감소증, 범혈구감소증 등의 혈액학적인 이상반응의 발생이 보고된 바 있으며, 장기간 위산억제에 따른 비타민 B12의 흡수장애 및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