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병의 병리와 병인
위식도역류병의 발생에는 여러 생리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식도의 방어인자(항역류 장벽, 식도 산청소능, 점막의 저항성)와 공격인자(위산, 위내용물의 부피, 십이지장 내용물)의 불균형에 의해서 발생한다.
항역류 장벽과 역류기전
하부식도괄약근은 식도의 원위부, 즉 식도와 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2-5 cm 정도의 근육대로 정상상태에서는 휴식기압이 10-30 mmHg 정도로 일정하게 높은 압력을 유지하면서 닫혀 있다. 그러나 음식을 섭취하면 하부식도괄약근이 이완하면서 압력이 낮아져 음식물이 위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취침 시에는 높은 압력을 유지함으로써 위에서 식도로의 역류를 방지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하부식도괄약근에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이나 하부식도괄약근의 휴식기압 저하, 무긴장 하부식도괄약근 등의 장애가 생기면 역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중에서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은 역류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되며, 위식도역류병 환자에서 역류의 50-80%가 이 기전에 의해 일어난다.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는 음식이나 가스로 인한 위 근위부의 팽창이며 미주신경을 통해 매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고지방식이와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약물에 의해서도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이 유발될 수 있다.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는 CCK-1 수용체 길항제, 항콜린성 약물, morphine, somatostatin, nitric oxide inhibitors, t-hydroxytryptamine 길항제, GABA 수용체 효능제 등이 있다.
식도 산청소능
식도 내에 산이 존재하게 되면 식도는 다양한 방법에 의해 산을 제거한다. 이것을 ‘산청소능’이라고 하며, 산청소능에 따라 식도점막이 위산에 노출되는 시간과 점막손상의 정도가 결정된다. 산청소능에 관여하는 요소들로는 중력, 식도의 연동운동, 그리고 타액과 식도샘 분비에 의한 산중화가 있다. 중력은 기립자세에서 역류가 일어날 경우 위 내용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취침 시에는 중력이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류가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상체를 높이고 자게 되면 산청소능을 향상할 수 있는데, 특히 이 방법은 공피증에서와 같이 무연동이 있는 환자에서 도움이 된다. 식도의 연동운동은 식도 내로 역류한 산을 빨리 위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함으로써 식도점막을 보호한다. 그러므로 식도의 연동운동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산청소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아 식도염의 빈도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타액은 pH 6.4-7.8 정도의 약염기로 다량의 산을 중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하지만, 식도의 연동운동 후에 식도에 남아 있는 소량의 산을 효과적으로 중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타액은 정상적인 식도의 산청소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타액분비에 변화가 생기면 위식도역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야간에 역류 증상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취침 시 타액분비가 감소하여 산청소 시간이 현저하게 길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구강건조증은 산청소 감소에 따른 식도의 산노출 시간을 증가시켜 식도염을 유발하고, 흡연은 타액분비를 저하시켜 산청소 시간을 지연시킨다. 일반적으로 식도 내로 산이 역류하게 되면 미주신경반사에 의해 타액 분비가 증가하는데 역류성 식도염이나 협착이 있는 환자에서는 이러한 식도타액반사에 이상이 생겨 과다침분비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식도 내로 역류된 산은 타액 외에도 식도의 점막 아래에 존재하는 샘으로부터 중탄산염이 풍부한 분비물의 생산을 자극하게 되고 이에 의해 식도 내에 남아있는 산이 희석, 중화된다.
점막저항성
식도는 위처럼 강력한 점막보호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식도의 상피세포는 점액층과 세포막, 그리고 점막층의 세포 간 치밀 이음부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산의 공격에 어느 정도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상피세포 내에는 음이온으로 하전 된 인산염, 단백질, 중탄산염이 존재하며 산의 수소이온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표피성장인자, TGF-a, PGE2 등은 상피세포의 교체와 식도의 점액생성 및 중탄산염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상피조직의 방어기전에 기여한다. 또한 식도 내에 산이 증가하게 되면 식도 점막층으로의 혈류량이 증가하여 방어기전을 강화시킨다.
위 관련인자
위의 내용물이나 구성성분은 역류성 식도염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산은 식도의 점막손상 정도를 결정하며, 위 내용물의 증가는 일과성 하부식도괄약근 이완을 유발한다.
위산분비
일반적으로 위식도역류병 환자에 있어서 위산분비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위식도역류병의 발생에 있어서는 위산의 분비량보다는 위산이 어디에 분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식도점막은 pH 4 미만인 위산의 역류 횟수가 증가하고 역류시간이 길어질수록 손상되는 정도도 증가한다.
십이지장-위 역류
담즙 및 췌장액을 비롯한 십이지장 내용물의 역류가 일어나면 위식도역류병이 발생할 수 있다. 담즙은 식도점막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수소이온의 점막투과성을 증가시켜 점막손상을 일으킨다. 위산과 담즙은 식도염과 그로 인한 합병증 발생에 상가적으로 작용한다.
위배출 지연
섭취한 음식물의 위배출이 지연되면 위의 부피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역류가 유발될 수 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역류성질환자의 많게는 50%에서 위배출 지연이 관찰된다고 보고되었으나, 현재는 30% 정도에서만 위배출 지연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위식도역류병의 발생에 위배출 지연의 중요성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신경계 말초신경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를 비롯한 특정환자에서는 위배출 지연이 위식도역류병 발생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